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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작은 딸과 함께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 가는 날입니다. 조금 일찍 집에 도착해준 작은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 정류소로 향하던 우리의 발걸음은 근처 '밤의 서점'이라는 작은 카페 서점에서 멈췄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주인은 카운터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켠에 마련된 카페 공간에 두어명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서점은 매력적으로 책들이 꽂혀있었습니다. 그중 얇고 작은 에세이집이겠거니 하고 쥐어든 책 제목은 [칼자국]. 표지는 어머니가 앞치마를 두른 뒷모습으로 부엌에 서 있습니다. 한 눈에 쏙 들어 온 책 사이즈와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은 충동으로 한 권 구매했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의 줄거리
책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무심함이 서려있다.' 어머니의 칼끝에서 조리되어 식탁에 오른 음식을 먹고 저자의 오장육부인 심장, 간, 대장 폐 등등이 건강하게 자라나 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는 표현이 연이어 나옵니다. 이 책은 어머니가 옛날식 부엌에 앉아 있는 뒷 모습으로 삐져나온 속옷와 허옇게 드러난 뱃살로 동그랗게 앉아 칼질하는 엄마표 음식의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가 맥박처럼 온 집안을 감싸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소리를 들으며 방에 누어 티비를 보거나 한껏 게으름을 부려봅니다. 몸 속의 어두움을 칼날처럼 도려내어 생기를 주고 광명한 빛가로 나오게 하는 어머니가 만든 국수의 맛은 또한 사흘마다 담아내는 김치와 어우러져 나옵니다. 매주 수도가에서 열심히 칼을 갈고 부엌에서 그 칼로 요리하는 어머니를 저자는 소처럼 민첩하고 활달하게 일하는 어머니라고 일컫습니다. 생계를 위해 차린 칼국수 집에서 도마질을 하는 어머니의 칼은 도마위를 뚜벅뚜벅 걸어 나갔으며 손칼국수를 칼로 자르는 경쾌함은 젊고 단단한 어머니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 어머니는 죽는 순간에도 국수를 삶는 부엌에서 간을 보다 뇌졸증으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합니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온 현장의 모습은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나의 어머니
이제 시계를 잠시 거꾸로 돌려 작은딸과 할머니 요양 병원으로 들어가 봅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사들고 버스를 타고 할머니 요양병원에 갑니다. 3층 중환자실에 계신 할머니는 몸이 중환자라기 보다는 치매 파킨슨으로 수간호사님들이 집중 케어하는 곳에 누워 계십니다. 몸과 정신이 멀쩡하시지만 가끔 고집을 부리고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구를 드러내는 것 말고는 딱히 병자라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조만간 퇴원하여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요양 보호사님께서 매일 와서 케어해 주신다니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잘 납부한 덕택입니다. 사가지고 간 바나나와 소시지를 우적우적 잘도 드십니다.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건지 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마치 아가 같습니다. 젊어서 네 남매를 돌보느라 엄마 역할에서 벗어난 적 없이 고생한 흔적이 손 마디마디에 어려 있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 봅니다. 쓸데없이 먹고 난 병원식 그릇들을 한켠에 쌓아두고 만지지 못하도록 고함지르는 버릇때문에 돌보는 공동간병인 선생님의 푸념에 거듭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서둘러 병원을 나섭니다. 같이 동행해준 작은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말로나 행동으로나 엄마의 힘듬을 나눠져주는 작은딸 덕에 오늘 어머니 병문안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집으로 모시게 될 어머니를 돌볼 나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차례
어머니 나의 어머니! 어릴적 작고하신 아버지께서는 엄마라는 호칭 대신 어머니라고 부를 것을 저에게 교육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살가운 정을 나누며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 투박하고 조금은 상스러운 어머니의 언사를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나쁜 치매 때문에 파킨슨이 걸리고 식음전폐에 거동마저 불편해진 어머니가 쾌차되어 곧 집에서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울 뿐입니다. 내가 어릴때 태어나자마자 옹알이를 시작으로 기어 다니고 걷고 대소변을 가리기 전까지 돌봐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을 이제는 내가 감당할 때가 되었습니다. 실버용 기저귀와 일자패드 그리고 대소변 방지 매트도 미리 주문해 놓습니다. 전동 침대를 대여하고 임시 의자 변기도 침대 옆에 나란히 준비해 둡니다. 부축해서 걷기도 하시겠지만 혹여나 넘어지실라 특수 미끄럼방지 양말과 매트도 화장실 바닥에 깔아 둡니다. 앉았다가 일어나기 수월하게 손잡이도 벽에 설치합니다. 문제는 어머니의 치매기를 일일히 대응하여 마음을 안정되이 하도록 돕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다행히 매일 요양 보호사님이 오셔서 돌봐 주시기로 약속이 되었습니다. 여차하면 모실 요양원도 몇군데 자리를 알아봐 두었습니다. 좋아하시는 간식 그리고 입맛에 맞는 음식 재료를 구하여 만들 차비를 하고 있습니다. 긴 세월 어머니와 함께한 도마와 칼도 부엌에 가지런히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엌에 들어서기만해도 어머니의 냄새가 베어있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만들며 어머니를 돌보며 함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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